
꼭 7년 전인 2017년 11월 ‘직장갑질119’가 출범했다. 이른바 촛불혁명으로 대통령 탄핵도 이뤄 낸 한국의 민주주의가 직장 문 앞에서 멈춰 섰다는 인식이 출범 계기였다. 단체 이름을 잘 지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그 이름 때문에 온갖 직장갑질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 결과 직장내 괴롭힘 문제를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단체로도 알려지게 됐다.
그러나 애초 우리가 구상한 모습은 직장갑질을 해결해 나가는 직장인들의 온라인모임이었다. 여기서 직장갑질이란 직장내 괴롭힘뿐만 아니라 직장의 제 노동문제를 의미한다. 국민의 절대다수가 직장인인 사회에서 진정한 민주주의는 직장 민주주의이고, 이를 구현할 주체는 당연히 직장인들 스스로라고 봤다. 특히 접근과 활동이 쉬운 온라인 공간을 주목했다. 즉, 온라인에 기반을 둔 노동자 조직화의 새로운 틀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 직장갑질119의 출범 취지였다. 그렇게 온라인 공간에 진지를 구축해 왔다.
지금은 250명에 달하는 스태프들의 열정과 헌신으로 쉴 새 없이 달려온 직장갑질119의 지난 7년은, 다시 한번 노조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는 시간들이었다. 노조가 없는 대다수 사업체의 현실은 사실상 무법천지에 봉건왕국이다. 노동법을 직장 내에서 강제해 주고 구현해 내는 장치는 노조 뿐이다. 그런데 한국의 노조가입률은 13.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이다. 세분해서 보면 공공부문은 70%, 300명 이상인 사업체는 40% 수준인 반면 100명 미만은 약 1%, 30명 미만은 고작 0.1%로 사실상 무노조 상태다. 겨우 10% 조금 넘는 노조가입률조차 공공부문과 대기업에 집중돼 있다는 거다.
여기에는 한국 특유의 기업별노조 체계도 한몫하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 대다수가 이제는 초기업별노조 소속이라고는 하나 실상은 기업별 지부가 기업별노조처럼 운영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먼저 회사 내에서 일정한 수를 규합하지 못하면 노조를 만들거나 가입하는 것도 어렵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업별노조는 회사 울타리를 뛰어넘지 못하고 안타깝게도 사내 복지에 관심과 활동이 쏠려 있다.
노조는 원래 회사 밖에 있어야 하는 조직이다. 산업혁명 시기 숙련공들의 길드로 출발한 노조 조직형태의 시작은 직종별노조였다. 이후 생산공정 혁신을 통해 비숙련공을 포괄하는 산업별노조로 발전해 온 것이 노조의 역사다. 산업별노조가 산업별 사용자단체와 산업별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그 단체협약이 사회의 노동규범으로 기능하는 것이 서구의 모습이다. 이게 가능해야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노조를 회사 안에 가둬 두는 법제도를 먼저 바꾸지 않고 소위 노동약자 지원을 운운하는 것은 그래서 사기다.
노조 밖 노동자들의 요구와 이해관계를 주로 대변해 왔던 직장갑질119는 지난 7년의 성과를 기반으로 이달 3일 온라인노조를 출범시켰다. 네이버 카페(cafe.naver.com/119union) 등 온라인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직종별·업종별 노조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을 존중하고 지지하며 노동 3권 쟁취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약속 하나로 가입 가능하고 익명으로도 활동할 수 있다. 조합비는 커피 한 잔 값인 최소 월 5천원으로, 가입 문턱도 낮췄다. 빠르고 전문적인 노동상담은 기본이고 각종 노동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함께 노동문제를 고민하고 노동권을 이야기한다. 노동자에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노조라는 세계의 온라인 포털이자 플랫폼을 지향한다. 물론 온라인 활동만 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거리와 광장에서도 만날 것이다.
현재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사회복지 업종과 한국어교원 직종을 먼저 조직해 지부로 두고 있다. 당해 업계의 구조적인 노동문제를 사회적으로 의제화하고 개선하기 위한 각종 활동을 펼쳐 나갈 것이다. 나아가 사용자단체,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등과의 교섭도 모색하고 있다. 지부 소속이 아닌 조합원들을 각각의 직종별·업종별로 모아 지부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우리 노조가 무엇보다 조합원들에게 힘든 직장생활에서 기댈 언덕이 되고, 지혜와 용기를 주는 곳이 되기를 위원장으로서 가장 희망한다. 새로운 실험이기도 한 온라인노조의 출범과 활동에 많은 분들의 관심과 격려, 지도와 편달을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