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다보면 때론 싫을 때도 있고 좋을 때도 있다. 그래서 한 때는 죽고 못 살지만 원수처럼 으르렁 대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운정도 고운정도 들어서 더 깊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허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서로에 대한 신뢰가 최소한 1%라도 남아 있을 때의 일이다.
마지막 남은 신뢰마저 무너질 때 그 관계는 이미 끝난 것이다. 무관심이 미워하는 것보다 무서운 이유는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여 이미 죽은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정치로부터 등 돌린 민심
정치도 마찬가지다. 백성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정치가 본분을 잃었다면 이미 그것은 죽은 것이다.
더구나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한낱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이번 18대 총선을 되돌아보면서 가장 큰 걱정은 “정치로부터 등 돌린 민심(民心)”이다. 50%도 안되는 사상최저의 투표율이 증명하듯이 정치는 이미 민심에서 멀어진 한낱 요식행위로 여겨지고 있다.
영남이든 호남이든 절반도 안되는 투표율 속에서 얻은 70%의 지지율(전체유권자의 30% 수준)을 두고 과연 압승했다고 박수치고 환호할 일인가?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알고 지내던 비정규직들에게 선거일 전날 투표에 참여할 것을 호소하였다. 그러나 그들 중 절반은 “ 특근해야하는 데요!”, 남은 절반의 절반은 “지지하는 후보도 정당도 없다”라는 말로 투표를 하지 못했다.
불과 1/4인 25%만이 투표를 한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며칠에는 거짓으로 드러날 온갖 거짓 공약과 수억원의 돈을 뿌려 공천을 받아 당선된들 그것이 무슨 정치인가?
정치나 권력이나 민심(民心) 이라는 바다위에 떠있는 배라고 할 때 결국 머지않은 장래에 크게 한 번 뒤집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래서 정치적 무관심이 더 무서운 민심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정치의 위정자들은 국민을 마냥 속이는 우민화(愚民化) 정치를 했다. 그러더라도 그 시절에는 그나마 정치에 대한 기대와 참여가 있었다.
현대정치의 위정자들은 더 이상 속이는 것만으로는 힘들어지자 아예 환멸을 느껴 등을 돌리게 하는 배민화(背民化) 정치를 전략으로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론이다.
다소 멀더라도 희망의 새 정치를
그러나 죽어가는 정치여 명심하라!! 그것은 한순간의 쾌락을 위해 마약을 마시는 것과 같다. “주인이 낫 놓고 기억자도 모른다고 하자 그 낫으로 주인의 목을 베더라”는 옛 말이 있다. 등 돌린 민심이 다시 돌아섰을 때 이미 지금의 정치는 비참한 신세로 죽어있을 것이다.
새로운 정치여 기억하라!! 저들의 낡은 방식에 일시적으로 패배했다 하더라도 결코 좌절하지 말라. 그들의 모습을 단 한치도 닮지도 말라. 그래서는 결코 이길 수 없으며, 스스로를 죽이는 길이다.
새로운 정치는 백성들 스스로 정치의 주인이 되도록 머슴이 되어 돕는 것이다. 다소 힘들고 먼 길 일지라도 생사고락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그것이 50%의 무관심이 다시금 새로운 희망으로 일어서게 하는 유일한 정치노선이다. 지금도 온 산하에 들불처럼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처럼 가난한 백성들의 주름진 얼굴에 환한 웃음을 피우는 진정한 정치다.
기사작성일: 2008-05-01 (시민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