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다. 첫날 아침, 벌겋게 달아오르는 새해를 바라보면서 몇 가지 소원을 빌었고, 맨 앞자리에 민생고 해결을 두었다. 감히 먼지처럼 작고 초라한 개인이 만인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은 새해 아침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심성일 것이다.
새해 벽두부터 세상이 온통 ‘미네르바’ 이야기로 시끄럽다. ‘미네르바’라 불리는 한 네티즌의 글이 세상을 발칵 뒤집고 있는 것이다. 이미 몇 차례 온라인을 통해 미네르바의 글과 토론 내용을 보긴 했지만 막상 이렇게 온 나라를 뒤흔들 만큼 큰일이었나 싶어 새삼스레 찾아본 ‘미네르바’라는 말의 뿌리는 ‘지혜의 여신’, ‘전쟁의 신’으로 나온다.
말 풀이를 보니 놀랍게도 ‘미네르바’를 모시는 신전은 장인(匠人) 동업조합이 집회를 여는 장소라고 하는 데 지금으로 치면 노동자들이 집회를 여는 장소가 아닌가? 또한 미네르바는 승리를 가져다주는 그리스 여신 아테나 여신과 동일시되었다고 한다. 나름대로 해석하자면 당시 백성이었던 장인(匠人)들에게 지혜를 주고, 승리를 가져다주는 존재가 바로 ‘미네르바’다.
지혜와 승리 상징하는 미네르바
네티즌 ‘미네르바’가 나와 같은 똑같은 해석으로 필명을 썼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는 이미 대한민국의 네티즌과 백성들에게 지혜와 승리를 가져다주는 존재가 되었다. 또한 지금 구속된 사람이 진짜 ‘미네르바’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미네르바는 홍길동처럼 분신술을 써서 한사람이 아니라 수천 수만명의 미네르바로 날마다 태어나고 있으니까.
중요한 것은 ‘미네르바’를 통해 드러난 기축년 새해 민초들의 마음이다. 수십번씩 되풀이되는 이 정부의 ‘거짓과 폭압’이 ‘지혜와 승리’에 대한 강렬한 열망으로 벌겋게 타오르게 하고 있다. 자신들의 엄청난 역사적 잘못에 대한 최소한의 성찰과 반성도 없이 힘없는 촛불과 인터넷 논객을 희생양으로 삼아 자신의 죄를 덮으려는 파렴치한 정부에 대한 분노와 조롱이다.
나아가 국민들의 최소한의 표현의 자유조차 짓밟고, 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반민중, 독재 악법을 통과시켜 이 나라를 70년 전 히틀러의 나치 독재국가로 되돌리려는 정부에 대한 강력한 저항의지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미 수백년 동안 피 흘리며 민주주의를 이루어 온 우리 국민들이 그런 3류급 여론조작에 속고 탄압에 기죽을 것이라 보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최대의 착각이요 실수가 될 것이다.
인류역사 길이 남을 정치코미디
불과 1년 전,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대통령’ 신드롬을 일으켜 당선되었다. 전국에 내로라하는 경제학자들과 재벌과 부자들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 747 공약으로 주가를 3000포인트로 올려서 모든 국민들을 부자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그런데 한 해가 저물기도 전에 그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환상이었는지가 명백히 드러났다. 그리고 지금은 이명박 대통령과는 도저히 비교도 안 되는(그들의 천박한 잣대에 의하면) 초라한 일개 인터넷 논객이 이제 ‘경제대통령’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그 신드롬을 대체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검찰이 ‘미네르바’를 구속하는 그 순간이 오히려 그를 ‘국민적 영웅’으로 만들었고, 그를 더 큰 영웅으로 만들수록 이명박씨의 체면이 땅으로 떨어지고 있다.
새해벽두부터 우리국민들은 인류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위대한 정치코미디를 감상하는 큰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그래서 나는 새해 첫 기쁨을 주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기사작성일: 2009-01-16 (시민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