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3일(수) 오후 2시, 한 겨울 답지 않게 비가 내린다. 눈이라도 내렸으면 차도 막히고 해서 교통체증 핑계대고 두어 시간 버스에서 부족한 잠이라도 채웠을 텐데..... 말 한 번 걸어 볼까하고 마음 졸이는 사이에 “상여금 몇 % 더 준다”는 말에 다른 회사로 훌쩍 떠나버린그녀의 얼굴만 얄궂은 빗방울 사이로 자꾸 떠오른다.
말로만 비정규직 보호법
아침을 걸른 점심이라 양껏 먹은 점심 탓에 자꾸 졸음이 오지만 20초 간격으로 어김없이 쫒아 오는 컨베이어는 무정하리만큼 숨통을 조인다. 기계에 익숙해진 손은 눈보다 먼저 냉장고를 조립하고 어느새 저녁식사 시간이 다가 온다. 얼마 전 일하다 미끄러진 뒤로 자꾸 저려오는 허리 때문에 병원에라도 가보고 싶은데 “물량이 많이 늘었다”며 웃는 얼굴로 반협박을 해오는 반장의 잔업제안을 거절할 용기가 아직은 없다. 앞으로도 4시간을 더 일해야 나는 집으로 돌아간다. 도착하면 11시, 씻고 나면 바로 잠에 곯아 떨어지는 것이 나의 하루다.
벌써 이 회사로 들어 온지 2년이다. 이 지역의 4년제 대학을 나오고 군대를 제대 했지만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서 약간은 창피하고 두려운 마음에 고교졸업자라고 속이고 입사를 했다. 나는 건강하고 운이 좋은 편이라 사장한테 찍히지 않아서 매년 재계약을 해서 3년 째 일을 하고 있다. 며칠 전 출근길 방송을 들으니 서울대 병원과 우리지역의 광주은행에서는 몇 백명씩 비정규직들이 정규직으로 채용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2년 이상 일하면 정규직이 된다”는 법도 나에게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하루일당 30,160원, 그것도 올해 1월 1일부터 올라서 겨우 턱걸이 한 것이다. 올해부터는 하루 4시간씩 20일(80시간) 정도 잔업을 하면 최초로 월급이 100만원은 넘길 것 같다. 그러나 그동안 오른 생활비와 방값을 생각하면 허리띠를 더욱 줄이는 수 밖에 없다. 고향에 홀로 사시는 어머님께 달달이 적은 용돈도 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런 희망도 없는 이 생활을 청산하려면 공부를 해서 공무원시험을 보던지 아니면 자격증을 따든지 해야 하는데, 공부할 기간 동안의 생활비를 모으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솔직히 요즈음 시험은 옛날 고시공부보다 더 어렵다는데 자신도 없다.
비정규직에게 내일은 있나
우리 지역은 기업체는 부족하고 구직자(실업자)만 많다 보니 비정규직도 다른 지역에 비해서 월급이 적다고 한다. 그래서 훌쩍 서울이나 경상도로 떠나고 싶지만 언제 쓰러지실지 모르는 고향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엄두가 나질 않는다.
나에게도 오늘과 다른 내일이 있을까?
얼마 전 대통령 선거를 했는데 “경제 살리겠다”는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경제가 살아난다고 해서 우리 회사 사장님의 마음이 금방 넉넉해질 것 같지는 않다. 우리 회사도 조그마한 용역회사인지라 원청회사에서 단가를 작게 주기 때문에 사장님도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내가 열심히 일한 만큼 월급을 받아서 집도사고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할 수 있는 그런 날은 언제 올까?
오늘도 나는 나도 부자가 되고 회사도 부자가 되어 모두가 잘 사는 그런 나라를 꿈꾼다.
기사작성일: 2008-01-28 (시민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