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이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에 따른 정부 지시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인력을 감축했다면 이는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5부(문용선 부장판사)는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팀장급으로 근무하던 이모(51)씨가 공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의 목적이 경영효율성을 개선하는데 있다면 인원감축 이외에 다른 방법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며 “정부 지시에 따라야 하는 공기업의 특수성을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자체 수익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연평균 1천500억원에 이르는 당기순이익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등 경영상 위기라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직권면직 이후 지급받지 못한 16개월간의 임금에 해당하는 금액인 1억2천여만원을 이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정부는 2008년 초부터 공공기관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3차에 걸쳐 공공기관 108개의 통∙폐합을 내용으로 하는 ‘공공기관 선진화’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직원 감축을 요구하자 공사는 총 944명의 직원 중 102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이씨는 직제개편에 따른 인사 시행 과정에서 직권면직되자 ‘정당한 사유 없이 해고를 당했다’며 소송을 냈고 공사 측은 ‘공기업으로서 조직 및 예산에 관해 정부의 통제와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다’며 맞섰다.

이번 판결로 정부의 공기업에 대한 무리한 경영 지시와 이를 빌미로 한 공기업의 일방적인 해고가 법적 정당성이 없음이 확인됐다.

                        -  민중의  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