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로 배달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의 삶이 무척 고달프다. 요즘처럼 빙판길에도 배달은 계속해야 하지만, 빙판길에 오토바이가 넘어져 다치기 십상이다. 더욱이 일부 업주들은 법으로 규정된 산업재해보상보험(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채 치료비마저도 배달원에게 부담하기도 해 그 고통이 더하다. 광주의 한 중국음식점 배달원으로 일하는 ㅇ(43) 씨가 대표적 사례다.
ㅇ 씨가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한 건 지난달 21일 오전 11시쯤. 전날 내린 눈으로 도로는 빙판길로 변해있었다. 그는 평소보다 더 조심스럽게 오토바이를 운전했는데, 갑자기 차선을 바꿔 끼어든 택시 때문에 그는 급하게 제동장치를 밟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택시와의 충돌은 피했다. 하지만 좌우로 미끌리던 오토바이는 결국 중심을 잃고 쓰러졌고, 그도 보도블럭에 부딪히며 넘어졌다. 무릎에 상처가 났다. 발목도 접질린 듯 아팠다. 음식점으로 돌아가 피가 흐르는 무릎 상처를 응급조치하고, 점심 배달일을 마쳤다. 그런데 부어오른 발목의 통증 탓에 더는 일을 할 수 없어 업주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퇴근을 했다. 집 근처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3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 발목을 고정하고 사용하지 말라’는 의사의 처방이 내려졌다.
업주에게 사실을 알리고, 보험처리 여부를 물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이 황당했다. “산재보험 가입이 돼 있지 않다. 오토바이 보험은 들었는데, 직접적인 접촉으로 피해를 봤을 때만 치료비를 받을 수 있다. 치료비는 알아서 하라”는 것이었다. 다음날 음식점에 찾아가 “일하던 종업원이 다쳤는데 치료비에 대한 어떤 대책이나 책임도 지지 않을 수 있느냐”고 따졌더니, 이번에는 “다른 음식점도 다 그런다. 알아서 하라”고 오히려 더 큰 소리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에 비슷한 일을 하는 이들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더 충격이었다. 한마디로 ‘다치면 자신만 손해다’는 것이다. “산재 가입하지 않은 가게도 많고, 설영 다치더라도 일자리를 잃지 않으려 치료도 되지 않은 몸으로 다시 일을 하는 사람도 많다. 치료비를 받기 위해서는 소송밖에 없다고 해서 엄두도 못내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ㅇ 씨는 “수 많은 사람들이 비정규직으로 고용 불안과 생계를 걱정하며 살지라도 적어도 일하는 동안 다쳐 치료비를 본인이 부담하지 않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산재보험은 상시·일용·아르바이트에 상관없이 1인 이상의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의 경우 산업재해보상법에 의거 ‘당연적용대상’이다. 업주가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면 종원업은 산재보험의 해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업주는 그동안 납부하지 않은 산재보험금을 한꺼번에 내야하며, 재해에 따른 보상비 50%를 부담해야 한다.
실제 지난 3월 문을 연 ‘A통닭집’ 업주는 월 8000 원 정도의 산재보험료를 아끼려다, 2500만 원이 넘는 보상비를 물어야 했다.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종업원이 오토바이로 배달하던 중 뇌손상을 입는 교통사고를 당해, 산재보험에서 지급한 보험급여 5000만 원의 50%를 업주가 부담해야 했던 것. 몇 푼 아끼려다 더 큰 대가를 치른 꼴인데, ‘A통닭집’처럼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채 ‘배짱영업’을 하는 업주가 부지기수다. 산재보험이 업주의 신고의무만 있을 뿐 행정적 단속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 광주드림 -
작성일: 2010-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