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이 닫힌 어두운 병실에 그가 우두커니 누워 있다. 아직은 앳된 얼굴. 지금 그는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베트남에서 온 H(25) 씨.
그는 지난 1일 갑자기 일하던 회사로 들이닥친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불법 체류 단속반을 피해 도망치다 1층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양쪽 발에 골절상과 타박상을 입었다. 한 쪽 발목의 뼈가 모두 으스러져 허리 뼈를 발목에 넣는 수술을 받았다.
“회사 기숙사 계단에 있었어요. 무서웠어요. 불법체류인데 잡히면 안돼요. 차에서 몇 명의 사람들이 내려 제 팔을 잡으려고 했어요. 출입국 관리소 단속이라고 생각했어요. 도망갔는데 길이 없어서 그냥 뛰어내렸어요.”
낯선 한국 땅에서 그를 지배한 것은 두려움이었다.
지난 2007년 4월 모 대학교 언어연수생으로 한국에 왔다. 베트남에서 대학생이었던 그는 한국으로 건너와 5년 공부가 끝나면 돈을 벌어서 부모한테 보태고 싶었다. 그의 부모는 힘들게 대출을 받아 1학기 등록금을 마련해 줬다. 베트남은 대출 금리가 높기로 유명하다. 나머지는 그가 알아서 해야 할 몫이었다.
“부모님이 어려우세요. 고생 많이 하세요. 처음에 한국 왔을 때는 낮에 공부하고 밤에 일했어요. 학교에서는 공부할꺼면 일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래도 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음 학기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했다.
등록금을 내지 못해 학교로부터 제적 처리된 후 그는 불법 체류 신분이 됐다.
일이라도 해야 했다. 불법 체류자 신분 때문에 일하는 회사마다 한 달 이상 일하지 못하게 했다. 이곳 저곳을 전전하면서 백만원 조금 넘는 월급마저 제대로 받지 못할 때도 있었다. 돈은 모을 수가 없었다. 한국에 온 지 1년 반. 그는 결국 다리를 다쳤다.
“친구들 있으니까 외롭지는 않아요. 하지만 부모님께는 사정 얘길 못했어요. 많이 우시니까요. 누나한테만 이야기 했어요.”
그는 치료를 받을 때까지 보증금을 내고 입학 지원 비자를 받을 생각이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그는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할 것이다. 5개월 이후에는 베트남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치료비는 어떻게 될까?
광주외국인노동자센터 조용석 사무국장은 “단속과정에 무리가 있었는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지만 무리가 있었든 없었든 단속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치료비는 당연히 국가가 책임져야 하고 그래야만 마땅하다”고 밝혔다.
- 광주드림 -
작성일: 2008-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