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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5-18 11:42
[사설] 우리금융의 ‘정치적 매각’ 안 된다
 글쓴이 : 광주비정규…
조회 : 3,895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어제 예금보험공사의 우리금융 지분 매각 방안을 다시 확정해 발표했다. 시장 여건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로 지난해 말 매각 절차를 중단한 지 5개월 만이다. 새 매각안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우리금융 인수전 참여 뜻을 밝힌 뒤 곧바로 나온 것으로, 우리금융을 산은지주에 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공자위의 새 매각안을 보면, 이미 산은지주와의 사전 교감이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애초 매각안에는 ‘민간의 책임경영이 가능한 방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서 매각을 추진한다’는 원칙이 있었으나, 이번에는 쏙 빠졌다. 정부는 또 산은지주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까지 고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한마디로 산은지주가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요소들은 모두 제거해주겠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강만수 회장이 지난 3월 산은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뒤부터 우리금융 인수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산은지주가 꼽혀왔다. 강 회장은 평소 은행간 합병을 통한 ‘메가뱅크’(초대형은행)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인물이다. 하지만 우리금융과 산은금융의 합병을 통한 메가뱅크는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대규모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세계 각국의 금융당국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무분별한 대형화와 겸업화가 전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에 따라 업무영역 및 투자행위 등에 대한 규제로 무분별한 덩치 키우기를 억제하는 추세다.


은행의 덩치를 키우면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 예를 들어 중국에는 자산규모로 세계 50위권 안에 들어가는 대형은행이 많지만 국제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곳은 거의 없다. 영국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줄줄이 도산했지만, 지역에 기반을 둔 정통 상업은행들은 살아남았다.


우리금융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관치금융과 방만한 경영으로 부실해진 5개 시중은행을 합병해 탄생한 선도은행이다. 막대한 국민세금이 들어갔고 임직원들도 뼈를 깎는 자구노력으로 정상화에 기여했다. 이런 우리금융에 대한 정부 지분을 처리하는 데는 금융산업 발전과 금융시장 효율화가 우선 고려되어야 한다. 몇몇 정권 실세들의 입김으로 법과 원칙도 무시하면서 재매각을 추진해서는 곤란하다. 

                                 
                                    -  한겨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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